언론보도

[가톨릭신문] 예수회 기쁨나눔재단 '밥집알로' 이야기 - "서글픈 '혼밥'대신 신부님과 밥 먹자"

1월 6일 ‘밥집알로’에서 김치찌개와 밥을 먹으며 이야기 나누던 기쁨나눔재단 자립준비청년 지원 총괄 박종인 신부(왼쪽)와 밥집알로 담당 이성균 신부(가운데), 안원식 청년이 카메라를 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발행일 | 2022-01-16 [제3278호, 1면]


“서글픈 ‘혼밥’ 대신 신부님과 밥먹자”
자립준비청년들의 몸과 마음 보듬다


보육시설 퇴소한 청년들과
함께 밥 먹고 대화 나누며
친구·가족 되어주는 밥집
고민 상담·휴식 공간 제공


“저희 밥 먹으러 왔어요~”

“어서 와~ 춥지? 오늘은 김치찌개랑 계란말이, 멸치볶음, 깻잎·마늘장아찌를 준비했어. 다른 먹고 싶은 음식 있으면 알려 줘, 다음에 만들어 놓을게~”

“잘 먹겠습니다!”

서울 은평구 진흥로 57, 4층짜리 붉은 벽돌 건물 3층에서는 저녁이면 예수회 신부들과 청년들이 함께하는 식사 자리가 마련된다. 노란 불빛이 온기를 더하는 이곳에서는 월요일만 빼고 매일 오후 4시30분부터 4시간가량 두 신부가 청년들을 기다린다. 기쁨나눔재단(이사장 전주희 바오로 수사) 자립준비청년 지원 총괄 박종인(요한) 신부와 ‘밥집알로’ 담당 이성균(안드레아) 신부다. 이들은 만 18세(연장할 경우 24세)가 되면 아동복지시설 등에서 나와 홀로서야 하는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해 저녁마다 이곳에서 따뜻한 밥을 짓고 보글보글 찌개를 끓이고 있다. 여기에 정성으로 마련한 갖가지 반찬과 신부들의 안부는 덤이다.



서울 은평구 진흥로 57 ‘밥집알로’ 외관.

단돈 1000원, 사실상 무료로 식사를 대접하는 밥집알로는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한 보금자리로 1월 10일 축복식을 거행하고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부모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아동들이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서울특별시 꿈나무마을을 수탁 운영 중인 기쁨나눔재단은 퇴소한 청년들이 ‘혼밥’할 때 가장 서글프다는 얘기를 듣고, 이 청년들에게 따뜻한 밥과 기댈 수 있는 공간을 지원하기 위해 밥집알로를 기획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준비해 12월 28일 임시 운영을 시작한 밥집알로에는 꿈나무마을 졸업생 등 자립준비청년들이 찾아와 신부들과 밥을 먹으며 이야기하고, 친구들을 만나 자립에 도움이 되는 정보 등을 공유하고 있다.

이곳에서 이미 여러 차례 식사한 안원식(대건 안드레아·21·서울 녹번동본당)씨와 최산규(야고보·21·서울 녹번동본당)씨는 “새해 첫날에도 떡국을 같이 만들며 신부님들에게 요리 등 생활 팁을 배웠고 도움도 받고 있다”며 “밥집알로는 찌개도 맛있지만 무엇보다 편하고 즐거운 공간, 함께 시설에서 살던 친구들을 만나 교류할 수 있는 가정 같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신부들이 밥집알로를 만든 이유는 이 청년들이야말로 도움이 절실한 이들이기 때문이다. 오랜 시설 생활과 퇴소 후 맞는 혼자로서의 삶, 모든 걸 감당하며 겪는 경제적 어려움과 부담감 등 청년들의 자립은 쉽지 않다.

박종인 신부는 “아이들이 잘 생활하고 있는지도 함께 살피고, 이들이 여기에서 밥을 먹으며 ‘교회가 함께 있다’, ‘내가 혼자가 아니다’ 이런 것만 느껴도 충분하고, 자립할 용기와 기운을 얻는다면 그것만큼 좋은 건 없겠다”고 밝혔다.



특히 밥집알로에서는 이런 청년들을 위해 밥뿐만 아니라 고민 상담 서비스와 휴식 공간 등도 제공하고 있다. 청년들이 원하면 꿈나무마을 상담사와 연계해 심리·정서 상담을 진행하고, 건물 4층에는 소파와 야외 테라스 등을 구비해 청년들이 와서 쉴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성균 신부는 “친구 한 명이라도 있으면 힘들 때 살아갈 힘을 얻듯 밥집알로가 작은 역할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고, 부모님이 차려 주신 밥을 먹으며 몸과 마음이 회복되는 것처럼 이곳에 와서 아이들이 힘을 얻고 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현재 밥집알로에서는 식사 준비를 함께할 봉사자를 모집 중이다. 밥집알로 명칭 ‘알로’에는 꿈나무마을 창립자인 가경자 소 알로이시오 몬시뇰의 뜻을 기리고, 젊은이·신학생·대학생들의 수호성인인 예수회 알로이시오 곤자가 성인에게 젊은이들의 힘이 돼 달라고 기도하는 의미도 담겨 있다.

※후원·봉사 문의 02-6956-0008 기쁨나눔재단
후원 계좌 우리은행 1005-904-045383 (예금주 (재)기쁨나눔)



‘밥집알로’에서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한 김치찌개를 끓이는 이성균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