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인터뷰] 밥집알로 박종인 신부 “자립준비청년의 가족 돼 주세요”

2022-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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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2. 03. 14. 09:49

l 돌봄 필요한 자립준비청년 문제 '관심'
l 식사자리 통해 청년들 정서까지 지원

인터뷰 중인 ‘밥집알로’의 천주교 예수회 박종인 신부. 
박 신부는 자립준비청년들이 아직 돌봄이 필요하고 가족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김현우 기자 cjswo2112@

인간사회에서 같이 밥을 먹는다는 건 단순히 함께 끼니를 때우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서로를 알아가는 첫 단추가 보통 식사자리에서 시작된다. 그 사람의 인적 네트워크와 영향력은 얼마나 많은 사람과 식사자리를 갖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부모 없이 보육시설에서 성장한 청년들은 사회생활 첫걸음부터 어려움이 따른다. 성년이 돼 시설 밖을 나가는 순간부터 식탁에는 혼자다. 이들의 빈 식탁을 사랑으로 채우고자 하는 곳이 있다. 천주교 예수회 기쁨나눔재단이 서울 은평구에 운영 중인 ‘밥집알로’다. ‘알로’는 젊은이·신학생들의 수호성인인 예수회 알로이시오 곤자가에서 따왔다. 청년들의 앞날을 기원하고자 하는 뜻이 담겼다. 

밥집알로의 사도 박종인(요한) 신부는 이성균(안드레아) 신부와 함께 사회 속에 홀로 던져진 청년들을 위해 이곳에서 밥을 짓는다. 만 18세가 되면 아동복지시설 등에서 나와 홀로 서야 하는 자립준비청년이 박 신부가 밥을 차려줘야 하는 ‘식구’들이다.

지난 1월 본격적으로 문을 연 밥집알로는 일반 가정집 같다. 주택 3·4층을 임차해 3층은 식사와 조리공간, 옥탑방인 4층은 서로 커피 마시며 담소 나누는 공간으로 꾸몄다. 월요일을 제외한 주 6일 오후 4시 30분부터 8시 30분까지 무료로 밥을 먹을 수 있다. 여력이 되는 이들은 밥집에 설치된 키오스크를 이용해 1000원부터 기부를 할 수 있다.

지난 13일 만난 박 신부는 자립준비청년들이 나이만 성년이지 좀 더 돌봄이 필요한 단계라고 강조했다. 가족이 없는 이에게 가족이 되는 것, 박 신부와 봉사자들이 하는 일이며 다른 이들을 ‘초대’하고자 하는 일이다.

-자립준비청년에게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있나

“만 18세가 되면 복지시설에 더 있을 수가 없다. 막상 부모가 있는 가정에서 자랐어도 성인으로 사회에 나가면 문제가 발생하는데 (가족 없이) 혼자 냉혹한 사회에 적응하려고 하면 굉장히 어렵다. 보호종료 후 자립하게 되면 지원금 1000만원을 받는데 이걸 빼먹으려는 사람들도 많다. 그렇게 누구한테 돈 빌려주지 말라고 말해도 눈 뜨고 코 베이는 친구들이 많다. 나이만 성인이지 경제교육을 제대로 받은 것도 아니고 후원해줄 가족도 없다 보니까 돌봄이 필요한 상태다.”

-밥집알로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자립준비청년들을 돕기 위해 사전준비 단계에서 몇 명과 대화하면서 영감을 얻었다. 청년들은 사회에 첫발을 디딜 때 혼자 밥을 먹는 순간이 가장 서글프다고 말했다. 시설에서 나온 자립준비청년들은 대체로 자기관리가 쉽지 않다. 균형 맞는 식단으로 식사하기 어렵고 건강상 약을 복용해야 하는 친구들도 있다. 이런 친구들의 상태를 육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가정식을 제공하면서 함께하는 자리를 마련하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밥을 매개로 한 정서지원이 목적이었다. 시설을 연 후 남자 청년들이 많이 찾아왔고 이 시설을 좋아하고 자주 이용하는 친구들도 늘었다. 청년들끼리 같이 교류하는 자리가 되고 있다. 다만 아직 여성 청년 이용자는 적은 편이라 최대한 알리고 싶다.”

-청년들이 이곳의 어떤 점이 제일 좋다고 하나

“편안하고 밥이 맛있다고 한다. 집밥 같다고 좋아한다. 반찬 그릇, 밥그릇을 모든 가정집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쓴다. 사회에 나가보면 선의를 지닌 커뮤니티가 이곳 외에는 별로 없다. 이곳을 이용하는 청년들 중에는 자기가 좋아서 요리해주겠다고 참여하는 친구들도 있다.”

-밥집알로를 향후 어떤 식으로 운영해나갈 것인가

“문 연 지가 2달밖에 안 돼서 잘 모르겠지만 코로나19가 누그러들고 그러면 밥집알로 옥상을 이용해 루프톱 카페처럼 바비큐 파티도 하고, 좀 더 자립준비청년들이 서로 모여서 교류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밖에서 일하다가 본가로 찾아오는 느낌을 주고 싶다. 은평구청과 협업해서 청년들이 자립할 시설도 추가로 만드려고 한다.”

-천주교인들 또는 종교를 넘어 나눔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꼭 금전이나 물품 후원이 아니라도 재능이라도 나눠달라. 돌봐줄 부모가 없는, 가족이 없는 친구들에게 가족이 되어 달라. 재능기부의 좋은 예가 셰프나 조리장 경험이 있는 분들이 이곳에 와서 요리를 가르쳐주셨다. 혼자 밥을 해 먹어야 하는 청년들에게 도움이 됐다. 진로상담 또는 예술 활동을 도와주겠다는 분도 있었다. 이 공간을 잘 이용해서 보육시설에서 나간 뒤 소식이 끊긴 청년들을, ‘자신의 방’에 갇힌 청년들을 밖으로 끌어내고 싶다.” 

박종인 신부가 지난 13일 오후 4시30분 이전에 손님 맞이를 위해 봉사자들과 함께 조리하고 있다.
 그는 저녁식사로 김치찌개를 준비했다./김현우 기자 cjswo2112@

황의중 기자 hej80@asiatoday.co.kr